2025-03-27
해외에서 오랜 기간 거주한 분들 중 일부는, 한국의 법체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제품이 국내에선 불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곤 합니다. 이번 사건은 바로 그런 오해와 착오에서 비롯된 일이었습니다.의뢰인은 어릴 적 해외로 이민을 간 교포 2세였습니다. 오랜 해외 생활을 마치고 최근 사업을 위해 국내에 거주하게 되었는데, 본인이 머물던 지역에서는 대마 액상 카트리지가 일반 담배처럼 손쉽게 구입 가능한 물건이었습니다. 스트레스 해소와 불면증 완화를 위해 평소 사용하던 대마 액상을 한국에서도 사용할 생각으로, 해외에 있는 지인에게 부탁하여 국제 항공우편으로 액상 카트리지를 보내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공항에 도착한 해당 물품은 세관에서 적발되었고, 의뢰인은 마약류관리법상 ‘대마 수입’ 혐의로 입건되었습니다. 문제는 이 ‘수입’이라는 혐의가 매우 무겁다는 점입니다. 단순 투약이나 소지와는 다르게, 마약류를 해외에서 들여오는 행위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이 규정되어 있어, 실제로 실형 선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범죄 유형입니다. 더욱이 “불법인 줄 몰랐다”는 주장은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률을 몰랐다고 해도, 마약류와 관련된 행위는 원칙적으로 고의가 추정되기 때문에 혐의 자체를 부인할 경우 오히려 엄벌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습니다. 의뢰인은 매우 당황했고, 자신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조차 받아들이기 힘든 상태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건을 맡게 되었고, 의뢰인을 진심으로 설득하며 적절한 대응 방안을 함께 마련해나갔습니다. 우선, 무조건 억울함만을 주장하기보다는 현재 상황에서 올바른 태도를 취하는 것이 선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의뢰인에게 충분히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의뢰인이 단순한 호기심이나 쾌락을 위한 행위가 아닌, 해외에서의 생활습관을 그대로 가져온 점, 사용 목적이 의료적 효과였다는 점, 무엇보다 초범이며 국내법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사정들을 양형자료로 충실히 정리했습니다. 의료기록과 해외 체류 증명, 가족관계 증명, 재정 상태 및 사회적 연계성까지 포함해 총체적인 서류와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재판부 역시 이 사건의 성격이 조직적 유통 목적이 아니라 단순한 사용 목적이었다는 점,
불법 의도보다 무지에 가까운 문화적 착오가 있었던 점, 그리고 의뢰인이 반성의 태도를 보이며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한 점 등을 받아들였습니다. 결국 판결은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으로 선고되어 실형을 면하고 불구속 상태로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히 처벌을 피한 사례가 아닙니다. 마약류 수입 혐의처럼 중형이 예상되는 사건이라도, 그 이면의 사정을 구체적으로 설득력 있게 드러낸다면, 충분히 선처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특히 해외 생활이 길었던 교포, 유학생, 출장자 분들은 국내법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마약류 오인 수입이나 반입에 휘말릴 수 있으므로, 그만큼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