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27
요즘 마약류 사건이 급증하면서 초범이라도 예외 없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텔레그램 등 비대면 방식의 거래가 많아지고, 암호화폐를 활용한 마약류 유통까지 이루어지면서 수사기관의 감시도 훨씬 정밀해졌습니다. 이번에 다룬 사건도 바로 그런 복합적인 위험이 얽힌 케이스였습니다. 의뢰인은 텔레그램을 통해 액상 대마 카트리지를 판매하는 채널과 접촉해 가격을 흥정했고, 암호화폐 대행 업체를 이용해 거래대금을 지급한 뒤, 주거지 인근에 은닉된 액상 카트리지 위치를 전송받아 실제로 이를 찾아가 수거했습니다. 그리고 이 카트리지를 자택에서 흡입한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소지’가 아니라 ‘매수 및 흡연’까지 명확하게 드러난 상황이었기에 사건은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더 나아가 이 사건에는 또 하나의 특이한 점이 있었습니다. 의뢰인은 해당 사건 이후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다시 액상 대마를 매수하고 흡연한 사실이 있었고, 그 건에 대해서는 이미 다른 검찰청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상황이었습니다. 문제는 이전 사건보다 먼저 발생한 이번 건이 뒤늦게 적발되어 수사가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역순 적발’이었죠. 사건을 맡은 직후부터 의뢰인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신속하게 대응에 나섰습니다. 특히 마약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재범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단순히 억울하다고 주장하거나 반성문만 제출하는 것은 요즘 수사기관에서 결코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먼저 의뢰인에게 실질적인 단약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단순 권고가 아니라 병원 진료를 통해 전문적인 단약 프로그램에 성실히 참여하도록 유도했고, 치료 이력을 포함한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했습니다. 동시에 가족과 사회 관계망 안에서 재범 방지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는 점도 정리해 제출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사건이 이전에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건보다 먼저 발생한 일이라는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즉, 수사와 처벌의 시기가 뒤바뀌었을 뿐, 실제로는 이미 재범 예방 조치가 진행된 이후 적발된 사안이라는 논리를 펼친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미 충분한 반성과 처분이 이루어진 상황에서 다시 동일인을 형사처벌하는 것이 과연 실익이 있는가”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제시했습니다. 그 결과, 수사기관은 의뢰인의 초범이라는 점, 단약 치료 이행 여부, 이전 사건에서 이미 비슷한 범행에 대한 판단이 내려졌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다시 한 번 기소유예 처분을 결정했습니다. 이는 사실상 형사처벌을 면한 것과 같은 결과입니다.
마약사건은 단순히 “다시는 안 하겠습니다”라는 말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수사기관은 실제로 재범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검토하며, 그에 따른 ‘실질적인 변화’와 ‘책임 있는 대응’을 요구합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객관적인 자료와 태도 변화, 그리고 전략적인 변론이 잘 조화를 이룬 결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