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사례

SOLUTION CASE

법무법인 수림
해결사례

"그냥 억울하다"는 말보다 중요한 건 태도입니다

2025-03-27

마약 사건을 맡다 보면 종종 피고인이 이렇게 말합니다. “저도 마약인 줄은 알았는데 그렇게 심각한 건지는 몰랐어요.” 그 말 속에는 억울함, 당황스러움, 그리고 두려움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하지만 변호사로서 저는 항상 그 다음 이야기를 꺼냅니다. “그 주장을 그대로 판사에게 전달하는 게 정말 도움이 될까요?” 변호사의 역할은 단순히 의뢰인의 감정을 대신 말해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보다 훨씬 중요한 건, 의뢰인의 주장이 법률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판단하고, 그것이 판사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를 고려해 조율하는 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그게 마약인 줄 몰랐다”거나 “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닌 줄 알았다”는 주장은 현실에서 그다지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마약 사건에서 피고인의 ‘몰랐음’은 고의 부정의 변명으로 여겨지기 쉽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사건을 맡게 되면 가장 먼저 의뢰인에게 사실관계는 명확하게 인정하되, 그 이후에 어떻게 반성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마약 사건은 초범이라 할지라도 사회적인 경각심이 높아진 만큼, 그 죄질에 비해 엄격한 처벌이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서 ‘양형 자료’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단순히 ‘선처를 바란다’는 말보다, 실제로 반성하는 태도, 재범 방지를 위한 노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여부, 가족과의 관계 회복, 사회 복귀 계획 등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영역입니다. 결국 판사가 주목하는 건 그 사람이 법정 밖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바뀌려고 하는가에 대한 신뢰입니다. 물론 의뢰인의 입장에서는 “나는 억울하다”고 말하고 싶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억울하다는 말은 이성보다 감정에 가까운 주장이고, 법정에서는 감정보다 구체적이고 입증 가능한 자료와 태도가 더 큰 힘을 가집니다. 저는 그런 점에서 변호사의 역할은 현실적 균형을 잡아주는 조율자라고 생각합니다. 감정을 공감하되, 그 감정이 어떤 방식으로 전달돼야 설득력을 얻는지를 판단하고 그 전략을 세우는 것이죠.


그래서 이 사건에서도 의뢰인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일단 범행 자체는 인정하기로 했고, 앞으로의 삶과 반성의 태도에 집중한 양형 전략을 준비해나갔습니다.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습니다. 말로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그리고 기록으로 보여줘야 합니다.마약 사건이든, 그 어떤 사건이든 간에 억울하다는 감정만으로는 판사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진심이 담긴 반성과, 앞으로의 태도 변화가 있어야만 설득력이 생깁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어떻게 살려고 하는가’를 보여주는 것, 변호사는 그것을 잘 정리해서 전달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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